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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난 역사까지 반복되어야 하나?

 안양광역신문사(aknews0511@daum.net)

 2021-02-25 오후 6:00:29  251
- File 1 : 2021022518337.jpg  (50 KB), Download : 42

 

 

 

임정덕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금부터 60년 전 5·16 혁명으로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6개 항의 혁명 공약을 내걸었다. 그중 보릿고개조차 넘지 못하던 당시의 민생고를 해결하겠다는 항목과 구악을 일소하겠다는 내용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100달러도 안 되던 그때의 1인당 국민소득이 지금은 3만 달러를 넘었으니 소득 관련 공약은 확실히 이루어진 셈이다. 시장원리에 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신악이 구악을 능가한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나라를 본격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그때까지는 기회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던 군 출신과 그 동조 세력 일부가 본성을 드러내면서 나라가 각종 부정과 부패, 비리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현 정권이 가장 앞세운 구호가 적폐 청산이다. 용어만 다르지 60년 전의 구악 일소와 같은 취지와 방법이다. 적폐 청산은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는 동시에 정의와 공정에 어긋나는 일이나 사람을 응징하고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 결과, 지난 정권과 관련된 많은 인사와 심지어 전직 대통령들까지 기소돼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 합법적 수단을 표방했지만 사실상의 정치 보복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 정권의 모습이 60년 전의 구악 일소를 외치던 상황과 비슷하게 닮아 가고 있다. ()적폐가 구()적폐보다 더 교묘하게, 더 음습하게 독버섯같이 자라나면서 나라를 뒤집어 놓고 있다. 과거의 군부 세력이 운동권 세력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그때에는 그래도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리라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유감스러운 것은 또 있다. 그 양상과 과정은 과거와 비슷하나 본질적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정의나 정직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같은 모습과 내용이어야 하지만 이 정권에서는 그 기준과 해석이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오용되고 있다. 거짓말은 거짓말이지 하는 사람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질 수 없는데도 누가 한 거짓말이냐에 따라, 또 같은 패거리 여부에 따라 판단과 대응이 정반대로 나온다.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60년 전과 같으나 본질은 크게 다른 이유는 가치관의 전도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잘못을 저지르거나 거짓을 말한 사실이 들통날 경우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도 더 피할 수 없으면 물러서서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그러나 같은 패거리의 적극 비호 하에 끝까지 버틸 뿐만 아니라 거짓의 기준과 가치 판단 자체를 바꾸어 버리겠다는 몸짓까지 보이고 있다. ‘우리는 틀릴 수 없고 틀려서도 안 되며, 따라서 정 안 되면 틀림의 판단 기준을 바꾸면 된다는 유아독존의 사고방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사람의 인간다움 특성 중 대표적인 것이 수치심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거나 외면하고, 나아가 부정까지 하면 사회주의 국가를 만드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선진 민주 국가를 이루겠다는 꿈과는 계속 멀어지기 마련이다.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들어서는 데에는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 큰 걱정은 정의나 정직의 기준과 내용, 사회의 가치관이 숫자의 많고 적음인 다수결에 의해 바뀌는 치명적 단계까지 이르렀으나, 그것을 막을 장치는 없거나 아주 미약하다는 점이다. 이에 더하여 최종 판단자인 유권자들이 정권의 교활한 수단과 치밀한 방법에 의해 무감각 상태나 마비 증세를 보이는 것도 걱정거리다. 이제는 정의나 정직을 판단하고 심판하는 최종 장치마저 고장이 났는데도 고칠 생각도 없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설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아니 그동안 한국 사회, 특히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건과 일들을 위의 모형에 넣어서 살펴보거나 분석하면 대부분 납득이 되고 앞날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관점도 있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서 나쁜 것은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가르침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60년이 지나 경제적으로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랐는데도 신적폐가 60년 전보다 못한 짓을 하는 세상을 바라만 보아야 함이 안타깝다.

 

필자소개

임정덕 ( jdlim@pusan.ac.kr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진단 30+ 미래 30,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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